(양양=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17년째 활동하는 허인회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인회는 18차례 대회에서 9번이나 톱10에 진입했다. 두 번 대회에 출전하면 한번은 톱10에 입상한 셈이다.
지난 6월에는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 우승, 통산 6승 고지에 올랐다.
그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4위에 상금랭킹 7위를 달리고 있다.
허인회가 대상 포인트 5위 이내에 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가장 뛰어난 순위는 10년도 넘은 2013년에 찍은 10위였다.
시즌 상금도 데뷔 이후 최고액을 예약했다.
4억3천284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7위에 올랐던 2021년이 허인회가 가장 많은 상금을 번 시즌이었다.
올해는 벌써 4억229만원을 벌었다. 4개 대회가 더 남아있어 최다 상금 시즌은 올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허인회는 17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뽑아내며 8언더파 64타를 쳐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시즌 2승 발판을 마련했다.
18일 2라운드를 앞둔 허인회에게 이처럼 나이를 먹는데도 경기력이 더 나아진 비결을 묻자 "여름 해외 전지훈련 덕분 아닐까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프로 골프 선수들에게 겨울 해외 전지훈련은 너무나 당연한 일정이지만 여름 해외 전지훈련은 낯설다.
허인회는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태국 골프장에 머물며 훈련했다고 밝혔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곳에 있는 골프 리조트라서 하루 종일 골프 연습 말고는 할 게 없었다는 게 허인회의 말이다.
KPGA 투어가 장마와 혹서로 쉬는 동안 꼬박 연습만 했다는 얘기다.
한때 연습을 너무 게을리해서 '게으른 천재'로 불렸던 허인회가 난데없는 여름 전지훈련을 하게 된 것은 부친 허천욱 씨의 손자 사랑 덕분이다.
허인회가 여름 전지훈련을 다녀온 태국 골프장은 허천욱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해마다 이곳에서 겨울 전지훈련을 했던 허인회는 이번 여름을 앞두고 "손자가 보고 싶다. 여름 휴식기 때 데리고 오라"는 부친 허 씨의 말에 아내, 18개월 난 아들 이수와 함께 태국에 건너갔다.
손자가 보고 싶은 마음에 아들과 며느리 모두 태국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허인회는 "사실은 가족과 함께 놀러 간 건데, 아버지께서 '이수는 내가 볼 테니 너는 연습이나 해라'고 하시더라. 특별히 저를 위해 블랙티 뒤에 티박스를 하나 더 만들어놓으셨더라. 꼼짝없이 연습만 했다"며 웃었다.
허인회는 "이번 시즌에 내 경기력이 좋아진 원인을 굳이 찾자면 지난여름 태국 전지훈련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훈련의 효과를 인정했다.
그는 "아마 여름 휴식기에 국내에 있었다면 지인, 친구들과 술자리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투어가 쉬는 기간에는 아무리 훈련과 연습을 한다고 해도 저녁 자리나 술자리에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아예 태국에 나가 있으니 훈련 효과가 두배가 됐다"고 밝혔다.
허인회는 "결혼하고 아들을 얻고 모든 게 달라졌다"면서 "아들 덕분에 여름 훈련까지 하게 됐고 효과를 봤으니 아들이 복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