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지난해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과 계약 조율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해임됐다. KIA 구단은 29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뒤 "품위 손상 행위를 한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올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당시 평가전을 지켜보는 장 단장. 2023.3.29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장동철 사무총장은 박동원(LG 트윈스)이 내민 녹취 파일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선수협 관계자는 "현역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박동원은 선수협에 장정석 단장의 '뒷돈 요구'를 신고했고, 선수협은 이를 KIA 타이거즈에 알렸다.
KIA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열흘 전쯤 박동원을 직접 만나 사연과 녹음 파일을 들었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데 놀랐고, 평판이 좋은 장정석 단장이 장본인이라는 점에 더 놀랐다"며 "선수협은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번 사건을 다뤘다"고 밝혔다.
선수협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장정석 단장은 두 차례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했다.
박동원은 지난해 4월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KIA는 2022시즌이 종료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박동원을 시즌 중에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KIA가 박동원과 2022시즌 중에 장기 계약을 하거나, FA 취득 후 다년 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장정석 단장이 시즌 중에 박동원과 만나 연장 계약에 관한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장 단장은 '일부 금액을 내게 달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원은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2022시즌을 마쳐 FA 자격을 얻었다.
장 단장은 'FA 박동원'과 다시 만났고, 또 뒷돈을 요구했다.
박동원은 장 단장의 말을 녹취했다.
녹음 속 장정석 단장의 말을 들은 장동철 사무총장은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확신했다.
박동원은 KIA가 아닌 LG 트윈스와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했다.
현역 선수가 단장의 부당한 행위에 관해 신고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장정석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 감독' 출신인 '야구계 선배'다.
고민 끝에 박동원은 선수협에 신고했다.
선수협은 KIA 구단에 이를 알렸고, KIA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상벌위원회를 열어 조처하겠다"고 약속했다.
KIA는 장정석 단장을 해임한 뒤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리그 모든 구성원과 팬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준법 교육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박동원 선수가 용기를 내준 덕에 묻힐 뻔했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구단 관계자가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례가 선수협에 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 이런 일을 당했거나, 앞으로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선수협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