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는 세 명의 '김동주'가 있다.
먼저 지난해 KBO리그 출범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으로 뽑힌 강타자 김동주(47)가 가장 유명하고, 불펜포수 김동주(34)가 2014년부터 투수들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오른손 투수 김동주(21)가 2차 1번 지명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막내 김동주'다.
'맏형' 김동주의 별명 '두목곰'에서 본뜬 '투목곰'이 별명인 '막내' 김동주는 2023시즌 선발 경쟁에 한창이다.
이승엽 감독이 선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점찍으면서 1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동주는 그날 3⅓이닝 7실점으로 혼쭐이 났다.
이후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2이닝 1실점을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은 다시 선발로 나서서 5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비록 시범경기라도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거둔 승리이자 선발승이다.
신장 190㎝에 유연한 몸으로 향후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동주는 이날 최고 시속 148㎞까지 던졌다.
5회까지 투구 수는 87개로 다소 많았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변화구를 결정구로 활용해 실점 위기를 넘겼다.
경기 후 만난 김동주는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많이 안 들어가서 투구 수가 많아졌다.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도 "마지막 (선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잘 던진 거 같아서 다행"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특히 "수비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5이닝을 던졌다. 1군에서 5이닝을 던진 건 처음"이라고 기뻐했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와 곽빈, 최원준까지 3명의 선발 투수는 확정했다.
딜런 파일이 두개골 부상으로 5월 초에야 복귀가 가능한데, 박신지와 최승용 그리고 김동주는 남은 두 자리의 선발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선발 투수 기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후 "김동주는 위기 속에서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고 호투를 반겼다.
김동주는 "선발로 준비하다 보니 그에 맞춰서 체력을 늘리고자 한다. 시즌 때는 볼 개수나 스태미나를 보완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정규시즌에는) 선발 기회가 오면 잘 잡아서 오늘보다 더 잘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김동주'라는 이름은 22세 투수 유망주에게 긍정적인 자극제로 작용한다.
어릴 때부터 두산 야구를 보며 자란 김동주는 "아무래도 KBO에서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계신 정말 유명한 분이라 제가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투수로 열심히 해서 그 기록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