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이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 4회말 대타로 등장해 만루 홈런을 치고 있다. 2023.3.14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우스갯소리로 '봄에 잘하면 불안하다'는 말이 있다.
시범경기부터 정규시즌 초반까지 좋은 성적을 내 한껏 기대를 품게 했다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적이 한두 해가 아니라서다.
롯데 팬들의 불안감처럼, 시범경기를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도 정규시즌을 망친 사례는 얼마나 될까.
KBO리그에서 시범경기가 처음 시작된 1983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열리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한 39번의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정작 정규시즌에서 꼴찌에 그친 건 총 5번 있었다.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3.13 [email protected]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LG 트윈스(2006년), kt wiz(2017년), 한화 이글스(2021년)가 '불명예' 기록을 한 번씩 썼는데, 롯데도 1997년 한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시범경기 1위를 발판 삼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따낸 사례가 7번으로 더 많다.
롯데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인 1992년에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뒤 프로야구 정상 자리에 올라갔다.
사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무대다.
주전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이야 최선을 다해 뛰지만, 확실한 주전 선수들은 정규시즌 개막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주력한다.
벤치의 시범경기 초점도 승리가 아닌 전력 점검과 부상 방지에 맞춰져 있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수들이 8-1 승리를 거두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3.19 [email protected]
그래서 시범경기에서 꼴찌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도 총 5번으로 적지 않다.
해태(현 KIA) 타이거즈는 1988년과 1989년, 1996년까지 세 번이나 시범경기 꼴찌를 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무쇠 팔' 최동원을 앞세워 1984년 창단 첫 우승을 했던 롯데도 그해 시범경기는 최하위였고, 2013년 삼성 라이온즈도 '시범경기 꼴찌→한국시리즈 우승' 사례를 남겼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모두 꼴찌에 그친 암담한 한 해를 보낸 구단도 있다.
롯데(2001년, 2003년, 2004년)가 3번으로 가장 많았고, OB(현 두산) 베어스(1991년)와 쌍방울 레이더스(1992년), 한화(2010년)가 한 차례씩 기록했다.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T WIZ의 시범경기. 3회말 2사 때 한화 오그레디의 3점포 홈런으로 점수를 따낸 선수들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3.16 [email protected]
통산 시범경기 1위(11회)와 꼴찌(9회)를 가장 많이 차지한 게 롯데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23시즌 시범경기는 현재 LG와 삼성(6승 2패)이 공동 1위를 달리고, 롯데(1승 6패 1무)가 최하위다.
22일 하루 휴식한 뒤 23일부터 일정을 재개해 28일까지 팀당 6경기씩 더 소화하고 다음 달 1일 정규시즌 개막일을 맞이한다.
◇ 시범경기 성적과 최종 성적 '극과 극' 도표
시범경기 1위, 한국시리즈 우승 |
해태(1987·1993년), 롯데(1992년), 현대(1998년), 한화(1999년), 삼성(2002년), SK(2007년) | 7회 |
시범경기 1위, 정규시즌 최하위 |
삼미(1985년), 롯데(1997년), LG(2006년), kt(2017년), 한화(2021년) | 5회 |
시범경기 최하위, 한국시리즈 우승 |
롯데(1984년), 해태(1988·1989·1996년), 삼성(2013년) | 5회 |
시범경기 최하위, 정규시즌 최하위 |
OB(1991년), 쌍방울(1992년), 롯데(2001·2003·2004년), 한화(2010년) | 6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