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요즘 KBO리그 팬들 사이에서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는 '자연재해'로 불린다.
인간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처럼,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페디를 잡아내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에서다.
NC를 제외한 KBO리그 9개 팀으로부터 '태풍' 취급받는 페디는 2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19승 6패 181탈삼진 평균자책점 2.13을 거두고 있는 페디의 20승 도전 경기다.
올해 NC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시속 150㎞가 훌쩍 넘는 강속구와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를 앞세워 KBO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만약 이번 KIA전에서 승리하면 2020년 20승 2패를 거둔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이후 3년 만에 KBO리그 20승 투수로 우뚝 선다.
현재 페디는 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까지 3개 부문 1위를 달린다.
다승은 이 부문 리그 2위 웨스 벤자민(kt wiz·15승)보다 4승이 많고, 탈삼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이 끝난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164탈삼진)보다 17개가 많다.
사실상 다승과 탈삼진 두 개 부문은 타이틀을 확정한 상황이다.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NC 다이노스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KBO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했다.
페디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106구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2023.9.19 [NC 다이노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부문 2위인 알칸타라의 2.29와 큰 차이가 안 난다.
한 경기에서 무너지면 곧바로 뒤집힐 정도다.
2011년 윤석민(전 KIA 타이거즈) 이후 12년 만의 투수 트리플크라운(3관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시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윤석민처럼, 페디도 현재 강력한 MVP 후보다.
남은 일정에서 시즌 200탈삼진을 채운다면 1986년 선동열(전 KIA 타이거즈)의 24승-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페디는 KIA를 상대로 가장 고전했다.
KIA전 성적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3.71이다. 평균자책점은 상대했던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한 번에 무너진 탓이다.
그러나 당시 KIA와 지금의 KIA는 다르다.
KIA 최형우와 나성범이 부상 여파로 시즌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쇄골 골절, 나성범은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으로 이번 시즌 더는 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