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의 일원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알렉시스 디아스(신시내티 레즈)는 "WBC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며 "내 로커 바로 옆에 형의 로커가 있었다. 형과 함께 훈련했고, 경기 중에 함께 불펜에서 공을 던지기도 했다"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행복은 이어지지 않았다.
MLB닷컴은 21일(한국시간) "알렉시스 디아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단 몇 초 만에 최악의 순간으로 변했다"고 WBC에서 '디아스 형제'에게 닥친 불운을 표현했다.
알렉시스 디아스의 형은 메이저리그 초특급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스(뉴욕 메츠)다.
처음으로 동시에 성인 대표팀에 뽑힌 디아스 형제는 2023 WBC 죽음의 D조를 뚫고 8강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 16일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1라운드 D조 마지막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9회말에 등판한 에드윈 디아스는 키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헤안 세구라(마이애미),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은 에드윈 디아스에게 달려와 원을 그리며 껑충껑충 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곧 에드윈 디아스는 오른쪽 무릎을 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홀로 걸을 수 없어 동료의 부축을 받은 에드윈 디아스는 결국 휠체어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동생 알렉시스 디아스는 갑작스럽게 다친 형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에드윈 디아스는 오른쪽 무릎힘줄이 파열돼 18일 수술대에 올랐다. 올 시즌 복귀가 어려운 큰 부상이다.
형이 다치는 모습을 보며 공포심을 느꼈다는 알렉시스 디아스는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대표팀 라커룸에서 형을 볼 수 없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디아스 형제의 불운은 다음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형이 수술대에 오른 18일, 푸에르토리코는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4-5로 역전패했다.
동생 디아스는 4-2로 앞선 7회 등판해 세 타자에게 모두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알렉시스 디아스가 남겨 놓은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알렉시스 디아스는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그날의 경기(8강전)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형은 수술 후 재활 중이고, 푸에르토리코는 WBC 무대에서 퇴장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알렉시스 디아스는 2023년 메이저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처음 빅리그에 진입한 알렉시스 디아스는 59경기에 등판해 7승 3패 14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1.84로 활약했다. 올해는 신시내티 마무리 투수로 뛸 예정이다.
알렉시스 디아스는 "불운한 상황도 있었지만, WBC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며 "정신적으로도 점점 회복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준비에 더 집중해, 훌륭한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