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이렇게 술자리 실수에 너그러웠던 세조에게도 ‘역린’은 있었다.
세조 역시 때때로 마음을 풀어놓는 술자리를 신료들의 충성을 시험하는 자리로 여겼다.
그러니 임금과의 술자리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살얼음판 같은 자리였다.
예컨대 세조는 틈만 나면 신숙주를 역대 이상적인 군신의 상징인 ‘제 환공의 관중, 한 고조의 장량, 촉 선주(유비)의 제갈공명, 당태종의 위징’이라 칭했다.
군신관계를 떠나서도 두 사람은 ‘1417년 닭띠’ 동갑내기였다.
어느날 연회에서 술에 취한 세조가 신숙주의 팔을 잡고 술을 마시면서 “경(신숙주)도 내 팔을 잡으라”는 명을 내렸다.
역시 인사불성이 된 신숙주는 소매 속으로 손을 넣어 세조의 팔을 힘껏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당겨 비튼 셈이 됐다. 세조가 “아파! 아파!”하고 비명을 지르자 곁에 있던 세자(예종)의 안색이 변했다.
세조가 예종에게 “괜찮다”면서 흥을 깨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명회(1415~1487)는 술자리가 파한 뒤 신숙주의 집에 청지기를 보내 신신당부했다.
한명회가 신숙주한테 집에 가면 공부하지말고 자라고 했음
안자고 공부했으면 취한게 아니라 일부러 팔 꺾은거라 세조한테 깨졌을 듯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