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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시험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반성문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학교 앞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학생은 아파트 주민들이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학생이 수업시간 도중 아무런 제지 없이 학교를 나온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안동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인 A(18)양은 지난 10일 2교시 수업이 시작된 오전 9시 40분쯤 학교 정문을 나와 인근 아파트로 향했다. 1교시 영어 수업 때 수행평가로 간단한 시험을 본 A양은 교사에게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고,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 앉아 반성문을 쓰던 중이었다.
영어 교사는 A양에게 2교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게 한 뒤, 교무실 한쪽 회의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했다. A양은 영어 수업 때부터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부인했다. 교사가 잠시 자리를 뜨자, 혼자 남은 A양은 A4용지 앞뒤에 3분의1 가량을 채워 무언가를 적은 뒤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A양은 교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교문을 나섰다. 학교 정문에서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지만, '문구점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A양이 다닌 학교는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는 기숙사형 고등학교다. 2교시 수업이 한창이던 시간, 외출증도 없이 정문을 나서던 A양을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A양의 고모는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조카가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영어 교사가 A양의 해명을 전혀 듣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단정해 반성문까지 쓰게 하자, A양이 억울함을 나타내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영어 시험은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답을 쓰던 중 교사는 A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고, 베껴 쓴 것으로 의심했다.
A양은 그러나 이를 부인했다. 교무실에 홀로 남아 쓴 반성문에도 영어로 된 세 문장을 쓰고는 '수행평가지(답안지)에는 이 문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0점 처리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시험 때 부정행위로 적발된 쪽지와 답안지에 쓴 문장이 전혀 달라 베껴 쓴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반성문 뒷장에는 '사건경위서'라는 제목 아래 '수행평가 중 커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무척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저에게 실망 많겠지만 죄송합니다'고 썼다.
A양의 언니는 "동생 친구들을 통해 알아보니 그날 영어 시험은 15분간 진행된 간단한 테스트였고, 단어 몇 개만 암기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며 "동생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했을 정도로 우등생인데 부정 행위자로 몰렸고, 더 이상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469/000061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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