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말 그대로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9/20시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미들즈브러이다.
#1. 팀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도전.
우선, 이번 시즌 전반기를 평가하려면 전 시즌의 미들즈브러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2019/20시즌, 미들즈브러의 최종 성적은 리그 17위, FA컵 64강, 리그컵 1R 탈락이었다. 말그대로 성적만 놓고봐선 정말 최악의 시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6월, 미들즈브러는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 토니 풀리스의 후임으로 선수 시절에도 미들즈브러에서 활약한 적이 있고, 은퇴 후에 미들즈브러에서 코치를 맡고 있던 말 그대로 ‘초짜’ 조나단 우드게이트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수 시절 토트넘 핫스퍼에서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로비 킨도 코치로 합류하며, 많은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미들즈브러의 새로운 시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상자를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였고, 리그 개막전인 8월 루튼 타운 전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무와 패를 반복하며 ‘초짜’ 감독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12월이 되자 우드게이트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엄청난 성과를 올렸고, 12월 한 달 동안 4승 1무 1패를 거두었다.
이 6경기 중 당했던 1패도 리그 상위권 구단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당한 패배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패배였다.
12월 한 달 동안 4승 1무 1패를 거두며 감독으로서의 놀라운 성장세, 그리고 암울했던 팀의 분위기를 바꾼 공헌으로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감독 데뷔 4개월 만에 EFL 챔피언쉽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애슐리 플레처가 리그 올해의 골, 구단 올해의 골에 선정될 만큼 아주 판타스틱한 골을 넣어서 8월~12월 이 기간 동안 암울했던 팀 분위기를 성적과 함께 환상적인 골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2. 12월의 남자, FA컵에서 화룡점정을 찍다.
앞서 말한 대로 2019년 12월의 미들즈브러는 성적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마저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반등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2020년이 되고, 새해가 찾아왔다. 새해에는 FA컵 일정이 있었는데, 첫 경기부터 상대가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핫스퍼였다. 하지만 팬들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던 12월의 성적, 팀 분위기가 FA컵에서도 영향을 미칠 거라 예상하며 절대로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선수 시절 토트넘 핫스퍼에서 뛰었던 두 지도자, 감독 조나단 우드게이트를 포함해 코치인 로비 킨은 지도자의 신분으로 친정 팀을 상대하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토트넘 핫스퍼와의 FA컵 경기가 시작됐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도 손흥민 선수가 뛰었던 경기이다 보니 이 경기는 기억나실 거라고 생각하며 간단하게 서술하겠다.
후반에 갈수록 많이 지치고 잔실수를 많이 하며 상대에게 틈을 많이 보였긴 했지만, 경기 전에 팬들이 기대했던 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토트넘 핫스퍼를 당황케 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하지만 토트넘 핫스퍼를 강하게 밀어붙여 그들을 당황케 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비겼음에도 마치 이긴 분위기였다.
FA컵 당시 선제골을 넣었던 장면이다. 12월 당시 환상적인 골을 넣었던 남자 애슐리 플레처가 중요한 순간에서 다시 한 번 골을 넣으며 팬들을 그야말로 열광시켰다.
그리고 서브 키퍼 메히아스의 환상적인 선방까지 더해져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든 게 잘 풀렸던 경기였다.
모든 팬들은 골을 넣으면 좋아하지만, 이 영상에서 골을 넣은 후 관중석의 팬들 반응을 한 번 유심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골 넣어서 좋아하는 게 아닌, 당시 팀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가 한 눈이 보이실 거다. 그리서 선수들끼리 세리머니 할 때도 정말 행복한 표정인 것도 확인할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이 경기는 당연히 보았는데, 이 골이 들어갔을 때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집에서 경기를 보는 필자도 가슴이 웅장해졌는데, 직관을 간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부러움도 들었다.
저 당시 분위기는 필자가 축구를 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TOP 3에 무조건 들어간다.
FA컵에 비긴 이후 재경기를 통해 아쉽게 졌지만,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잘 싸워줬으니 팬들은 팀에게 무한 신뢰를 시즌 초 초짜 감독이라고 비난하던 우드게이트에게도 찬사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3. 우드게이트가 발굴해 낸 최고의 유망주, 헤이든 쿨슨 & 제드 스펜스
우드게이트는 경기 운영에 있어서 어린 자원들을 과감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레인저스의 제임스 태버니어의 동생 마커스 태버니어, 밑바닥부터 올라온 중앙 미드필더 루이스 윙, 그리고 이번 주제에서 강하게 다룰 헤이든 쿨슨과 제드 스펜스.
우선 태버니어와 루이스 윙이 있긴 하지만, 그 선수들은 토니 풀리스 시절부터 사용되왔던 특급 유망주들이라 우드게이트가 발굴 해냈다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다룰 헤이든 쿨슨과 제드 스펜스는 우드게이트가 발굴해낸 게 정확히 맞다.
헤이든 쿨슨은 2019/20시즌 전까지 임대를 전전하던 좌측 풀백 유망주, 제드 스펜스도 풀럼 유스를 거쳐 미들즈브러에 입단한 이후 유망주라는 신세로 벤치를 달구던 우측 자원이었다.
하지만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자신이 미들즈브러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로 여태 기회를 못받던 헤이든 쿨슨, 제드 스펜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우드게이트로부터 출전 기회를 받던 두 선수들은 날이 갈수록 성장을 거듭했고, 리그 최고의 유망주 반열에 오르고 출전 기회를 받은지 몇 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헤이든 쿨슨 (Hayden Coulson) / 1998. 06. 17 / LB, LWB, LW
우드게이트의 기회를 받고 리그 탑급 유망주로 성장하며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그를 원한다는 기사가 한때 너무나도 진하게 났었다.
하지만 우드게이트와 미들즈브러 구단을 향한 신뢰로 이적설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은사 우드게이트가 보는 앞에서 재계약 종이에 서명을 하였다.
포지션은 좌측 수비, 좌측 공격을 모두 볼 수 있는 왼발잡이 선수이다. 주로 뛰는 포지션은 좌측 윙백이다.
활동적이고 측면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하는 선수이다. 킥력도 준수한 편이라 그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이라고 볼 수 있다.
여담으로 필자의 최애 선수 중 한 명이다.
제드 스펜스 (Djed Spence) / 2000. 08. 09 / RB, RWB, RM
2018년, 풀럼 유스를 거쳐 미들즈브러 입단 테스를 본 후 미들즈브러에 입단하게 되었다.
헤이든 쿨슨과 마찬가지로 우드게이트 체제가 진행된 후 많은 기회를 부여받아 리그 최고의 유망주 반열에 올랐으며, 2019년 12월에는 이 달의 유망주 상을 받기도 했다.
2020년 1월 당시 토트넘 핫스퍼의 조세 무리뉴가 제드 스펜스를 강하게 원한다는 기사가 나오며 한때 링크가 진하게 났었다.
하지만 그 역시 헤이든 쿨슨과 마찬가지로 이적설이 나자마자 은사 우드게이트가 보는 앞에서 재계약 종이에 서명을 했다.
헤이든 쿨슨이 좌측 어느 포지션에서든 다 뛸 수 있다면 제드 스펜스는 우측 어느 포지션이든 뛸 수 있다. 주로 뛰는 포지션은 우측 윙백이다.
제드 스펜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아스날의 메이틀랜드-나일스가 우측 풀백으로 뛸 때의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킥력은 준수하지 않지만, 빠른 속력을 이용한 오버래핑이 장점인 선수이다.
이 외에도 우드게이트는 2017년, 미들즈브러 이적 후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마빈 존슨을 살려냈는데, 마빈 존슨은 30세인 관계로 서술하지 않았다.
여담으로 우드게이트가 마빈 존슨을 살려냈기에 현 감독인 닐 워녹 체제가 잘 돌아갈 수가 있었다.
#4. 팀을 사랑했던 남자의 씁쓸한 최후, 팀을 떠나다.
분명 FA컵을 할 때까지만 해도 조나단 우드게이트 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팀의 주전 공격수 브릿 아솜발롱가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조금씩 흔들리더니 그 이후로는 2019년 8월~12월까지의 최악의 모습을 다시 보이고 말았다.
1월부터 코로나 판데믹으로 리그가 중단된 이후 재개된 6월까지의 모습은 정말 최악 그자체였다. 우드게이트 체제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FA컵 당시 최상까지 끌어올렸던 팀 분위기는 다시 최하로 내려가고야 말았다.
분명 리그 내에서 뒤처지지 않는 전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조나단 우드게이트의 미들즈브러는 리그 강등권까지 추락하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강한 전력을 가졌음에도 구단이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보자 팬들은 팀의 미래를 위해서, 우드게이트의 사퇴를 요구했고, 결국 코로나 판데믹으로 리그가 중단되고 3개월 만에 재개된 후 첫 경기에서 패배를 하자 구단은 최후의 수단인 경질을 이용하여 우드게이트와 아쉬운 작별을 하게됐다.
우드게이트는 초짜 감독이었음에도 절대 나쁜 감독은 아니었다. 가능성은 충분한 감독이고, 형님 리더쉽으로 선수단 장악 역시 잘했다. 하지만 운이 안 좋았던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2019/20시즌 이후 자유 계약으로 호주 A리그 멜버른 빅토리로 떠난 라이언 쇼튼이 최근 인터뷰에서 우드게이트 체제에 대해 밝혔는데, 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정말 뛰어나고 모든 것이 완벽한 감독이었으나, 운이 안 좋았던 감독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지지를 한몸에 받았고, 감독으로서 좋은 역량을 발휘할 재능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우드게이트와의 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미들즈브러는 우드게이트의 후임으로 몇 개월 전, 카디프 시티와 결별하고 무직 상태이던 닐 워녹을 선임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감독은 은퇴를 번복했다. 카디프 시티를 끝으로 감독직에서 은퇴를 하겠다던 닐 워녹은 카디프 시티와 결별한 이후 은퇴한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들즈브러에서 감독직 요청을 하자 은퇴를 번복하고 감독직으로 돌아왔다.
역할은 소방수이다. 강등권에 머문 팀을 잔류 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계약 기간은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였다.
닐 워녹은 미들즈브러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로 팀을 잘 재정비해서 차근차근 승리를 쌓았고, 미들즈브러는 닐 워녹의 도움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2019/20시즌 리그 17위라는 성적으로 리그 잔류에 성공한다.
#5. 너무나도 환상적인 닐 워녹 체제. 그의 능력은 여전했고, 팬들은 그에게 환호하고 있다.
닐 워녹 감독 부임 당시 팬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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